해외생활/아부다비 - 직장생활

프로젝트 발표를 김치라면과 함께...

Korea Space 2021. 9. 24. 07:03

[참고 이미지 라면]

회사에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무렵 프로젝트 발표를 다음날 맡아야 되는 미션을 받았습니다. 회사가 당시 설립 초기 단계라 현지 절차에 따라 구비해야 할 서류도 많았고 끝이 안 보이는 행정업무를 수행하느라 다음날 발표하는 것에 대해서 긴장할 틈이 없었습니다. 거기에다 회사 숙소 이전으로 인해 신경 써야 할 사항도 많았고 현장업무도 지원하느라 솔직히 너무 정신이 없었습니다.

 

회의가 다음날이라 자료를 준비해야 할 시간이 없었지만 상사님이 도와주셔서 나름 수월하게 준비했는데 회의 참석자 측에서 회의장소 변경을 건의해서 멘붕이 왔어요... 더불어 호텔 세미나홀이 아닌 가정집에서 회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논의되어서 당황했습니다. 회의 예정 참석 인원수도 그렇지만 갑자기 가정집에 어떻게 세팅해야 할지 까마득했는데 고민 끝에 새로 이전한 숙소 다이닝 홀에서 진행하기로 결정되었습니다.

 

급하게 스크린 프로젝터를 세팅하고 테이블 및 데코 등등 구비해서 나름 이색적이고 독특한 회의장소를 세팅하게 되었습니다. 숙소 다이닝룸을 꾸미니 어느 고급 호텔 세미나룸 못지않게 특별해 보였습니다. 

 

테이블에 회의 도구, 차 및 간식 등등 종류별로 세팅을 했는데 식사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다행히도 선호한 식사 메뉴 리스트를 받았는데 다름 아닌 김치와 라면이었습니다. 회의 참석자분들이 대부분 영국인인데 지겹도록 호텔에서 호텔로 이동 다녀서 이번 회의만큼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가정집에서 한국 대표 음식 김치와 따듯한 라면 한 끼를 먹고 싶다고 제의를 받았습니다.

 

저였다면 편하게 고급진 호텔 세미나홀에서 회의를 진행하고 호텔 뷔페식당에서 식사하는 것이 더 좋았을 텐데 해외 출장이 너무 잦으면 집밥이 그리운 건 외국인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회의 끝나고 식사를 했습니다. 외국인 입맛에 김치와 라면이 맵지 않을까 신경이 쓰였는데 외국인 참석자분들 모두 너무 맛있게 드셨습니다. 평균 한 그릇 이상 드셨고 김치 반응이 뜻밖에 좋아서 따로 소분해서 포장용기에 담아서 드렸더니 매우 고마워했습니다.

 

전날 밤에 준비한 자료를 새벽에 같이 준비한 직원 앞에서 리허설하고 아침에 회의를 진행했는데 나름 좋은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색적인 장소가 더 이목을 끌지 않았나 싶습니다. 처음에는 예상보다 여러 외국인 임원분들이  참석하셔서 급 긴장했는데 외국인 참석자분들 중 한 분이 경청하시면서 계속 '끄덕끄덕' 제스처를 보인 덕분에 다행히 차분하게 발표를 진행했습니다.

 

회의가 끝난 다음에는 추스를 시간도 없이 바로 사무실에 복귀해야 되어서 많이 피곤했지만 저에게는 뜻깊고 이색적인 경험이었습니다.

'해외생활 > 아부다비 - 직장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캡틴 Joe  (0) 2021.11.08
미스터 보디빌더  (0) 2021.10.29
15분 짬뽕  (0) 2021.10.29
황사...삼겹살 & 소주  (0) 2021.09.23
아랍에미레이트 국가를 다시 입국하면서 들었던 생각  (0) 2021.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