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생활/아부다비 - 직장생활

미스터 보디빌더

Korea Space 2021. 10. 29. 20:45
참고 이미지

입사 당시 회사가 설립 초기 단계라 직원수가 적었고 멀티플레이어 직원들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업무 상 팀워크를 이루어야 할 직원을 지사장님께서 소개해주었습니다. 처음 봤을 때 와이셔츠를 뚫고 나올 정도의 근육질 체격과 달리 소년의 모습이어서 조금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옷차림은 아무리 덥고 현장에 다녀올 일이 생겨도 항상 깔끔하고 단정한 상태로 유지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아랍인 국적이었으며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했으며 업무는 항상 빈틈없이 완벽하게 처리해서 저로서는 좋은 선배였고 근무하면서 배울 점이 많이 있었습니다. 통상적으로 남들이 1주일 만에 처리할 업무를 2~3시간 내로 처리했으며 업무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었습니다. 회사에서나 업무시간 중 불필요하게 커피를 마시거나 휴식을 갖지 않고 항상 회사 업무를 최우선으로 했으며 출퇴근 시간이 정확했습니다. 빈틈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내서 지사장님의 신임을 두터이 받았고 주변 업계에서도 칭찬이 자자했습니다.

입사한 첫날에 같이 동행하여 업무 현장을 읽히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점심 식사를 같이 하면서 저에게 이런저런 애기를 해주었습니다. 나이는 저보다 3살 위라서 국적이 다르지만 본인을 친오빠처럼(?) 편히 대하라고 했고 본인 가족 애기와 군대에서 힘들었던 경험을 토로했습니다. 역시나 군대 애기는 어느 나라이든지 제대한 남자들 사이에 빠질 수 없는 토픽인가 봅니다. 본인이 집안의 가장이고 밑에 여동생 7명과 어린 남동생이 있어서 여동생들 모두 시집갈 때까지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그 애기를 들었을 때 아랍인은 본인이 집안 가장일 경우 무게가 참 크구나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대학교 졸업하자마자 아랍 현지 공군에 자원하게 되었는데 선임들의 지속적인 갈굼과 구타로 인해 고생을 많이 했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만난 지 첫날에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들어서 조금은 당황했지만 다른 사람이 걸어온 인생 이야기를 타국에서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는 저에게 본인을 친오빠(?)처럼 여기고 도움이 필요하면 말하라고 해서 기분이 든든했습니다. 들었던 말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Family First"라는 애기었습니다. 아무리 UAE 나라가 본국과 형제 국가이지만 다른 나라에서 가족과 떨어져 근무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었으며 가족의 소중함을 더욱더 깨닫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무리 바빠도 매일마다 정해진 시간에 skype나 화상채팅 어플을 통해 가족과 화상통화를 해서 안부를 전하고 가족 근황을 확인한 것으로 보면 어쩌면 아랍인들도 한국인들과 마찬가지로 가족과 정을 중요시 여기는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마냥 좋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업무적으로는 첨언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완벽했지만 초기에는 지사장님과 다수 직원분들이 한국인이었기 때문에 한국 직장 문화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직장 문화 차이 등으로 인해 많이 힘들어했지만 지사장님과 직원들과 돈독해진 계기가 있었습니다.

본인 여동생 중 한명이 고층 빌라에서 투신하여 본국으로 돌아가야 할 급작스러운 일이 생겼습니다. 여동생을 병원에 긴급 수송했지만 치료 중 사망했고 치료비, 장례 등등 가장으로서 가족 곁에 있어야 돼서 지사장님께서 장기 유급 휴가를 주었으며 회사 직원들 포함하여 다방면으로 도왔습니다. 국적도 다르고 문화 차이가 있었지만 위급한 상황에 가족과 같은 마음으로 도와주어서 그 이후로부터는 직원들과 더 돈독해졌으며 가족처럼 뭉쳐서 서로 위로하고 적극적으로 돕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이하 명칭을 "Mr.B"로 하겠습니다.

Mr. B는 업무도 철저하게 잘했지만 개인 건강관리도 철저했습니다. 본인이 어렸을 때 부터 허약 체질이어서 학교에서 항상 왕따 당하거나 구타를 당해서 우연히 집 주변에 있는 헬스 트레이너 분을 만나 복싱과 보디빌더 과정을 배우게 되었고 지금은 오히려 헬스 트레이너를 지도할 정도로 전문가가 되었다고 합니다.

본인이 힘들었을 때 도와준 기억을 잊지 않아서 나중에 그 헬스 트레이너분을 아부다비로 초청해서 결국은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매일 저녁마다 근육운동을 했으며 식단관리를 잘해서 그런지 체격은 보디빌더 대회에 나가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완벽했습니다.

타국에서 가족과 멀리 떨어져 근무하면서 힘들 때도 많았지만 Mr.B와 같은 든든한 친오빠(?) 같은 직장 동료가 있어서 다행히 타국에서의 직장생활이 사막 같지는 않았습니다.